뜯어버렸어 사진
뜯어버렸어

아티스트 수요일밴드

발매일 2017-10-24

장르 Acoustic

포맷 싱글

발매사 ㈜ 디지탈레코드

"그냥 입 다물면 중간은 가는데 왜 난 이런 노랠 만드는 걸까"
- 5th single 수록곡 [나쁜 선생님] 중에서

무엇이 수요일밴드에게 계속에서 곡을 만들고 발표하게 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뭔가를 시작하는데 필요한 건, 흔들리지 않는 의지나 숭고한 동기가 아니라 작은 호기심 정도'라는 시미즈 키요코*의 말처럼 수요일밴드의 곡들은 숭고함이나 의지를 담은 가사가 아니라, 익숙한 학교의 풍경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묘사하기 때문에 많은 선생님의 뇌리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 게 아닐까.

수요일밴드의 8번째 싱글앨범 [뜯어버렸어]가 발매되었다. 3월에 한 번, 혹은 3월 9월에 두 번 손이 닿는 교실 뒤편 게시판이 이번 호기심의 대상이다. 똑같이 생긴 교실에서 가장 개성이 드러나는 부분인데도 한 번도 게시판에 대해 교육계에서 실존적 질문이 나온 적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곡의 화자의 행동은 익숙하지만 낯설다. 화자는 게시판의 타이틀을 뜯으며 기존에 유지하던 '누군가의 연인'이라는 자아에서 독립한다. 그러나 단독자로 마주한 세상은 너무 낯설기만 하다. 적당한 폰트, 배경 하나를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여정은 다시 '누군가'에게 돌아가고 싶은 익숙함에 대한 동경의 마음마저 떠오르게 한다.

아마 이 곡을 들은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환경 게시판을 다시 보게 되지 않을까. 요즘은 환경 용품을 사서 붙이게 되는 경우가 늘었지만, 넓은 게시판을 왜 하필 그 타이틀로 채우게 되었는지 생각하면 단조로운 학교생활 중 닳아 잃어버린 기억이 되살아날 것 같다. 그 기억 중에 오늘의 나를 만든 누군가가 떠올랐으면 좋겠다.

시미즈 키요코 : 만화 '하이큐'의 등장인물

양세미 씀

Credits

TRACKLIST